Mysterious Solidarities of Messengers
전시 《메신저의 신비한 결속 (Mysterious Solidarities of Messengers)》은 인간과 자연 그리고 예술 사이에 일어나는 고유한 감각의 총체와 교감적 경험을 메신저(Messenger)의 영역에 빗대어 이야기한다.
먼저 하나의 가설로서 ‘메신저’의 역할에 주목하는 전시는 그 기원과 유래를 되짚어 상상력을 자극하는 지점을 시작점 삼는다. 신화 속, 지상과 지하를 넘나들며 신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정령 헤르메스(Hermes)의 세계, ‘알리다’라는 뜻의 라틴어 'annuntio'에서 파생된 수태고지(Annunciation)' 속 가브리엘과 같은 천사는 명시적 상호관계에서 배제된 안내자이자 매개자, 기생자 등 중간자의 의미로 수렴하는 지대를 점유해왔다. 이들은 구체적인 형상과 무형의 절대성을 경유하며 깜박이는 빛, 섬광, 기류, 회로 속 잡음에 담긴 이동체의 모습으로 출현하고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미셸 세르(Michel Serres)는 저서 『천사들의 전설 (La légende des anges)』에서―기존의 시간과 공간 개념이 전제하는―국지적(régional) 개념을 벗어나 정합적 총체를 부여해 확장하는 순환의 지지체를 무수한 형태의 천사들에 대입해 서술한바 있다. 메신저는 다른 하나 또는 여러 개의 관계를 맺으며, 수직·수평의 길을 열어내는 심원이자 세계를 향한 연결고리가 되어, 새로운 인식론적 지도를 만들어 나간다. 전시는 이러한 전개에 비추어 우리를 둘러싸고 있지만 보이지 않는, 언어로 표현하기 어려운 존재 형태의 가능성을 살펴본다. 점(點)적인 상태의 대지를 발견하고 미지의 영역 속 발화자를 인식할 가능성은 ‘선택된 감각’과 ‘결합의 형태’인 조형 언어와 미술의 자율적 실천에서 포착된다. 전시는 작품을 구성하는 물질과 비물질 사이 근원적 생의 토대를 발견하고 연결한다는 점에서 ‘메신저’의 역할과 기능을 환대한다.
헤르메스의 어원은 ‘헤르마 (ἕρμα, herma)’이며, 여기서 파생된 단어는 횡단, 이동, 전이와 같은 뜻을 가진 헤르메틱(hermetic)이다. 전시를 통해 소개하는 여섯 작가 고산금, 배인숙, 유리, 이빈소연, 이산오, 이유경은 인간과 비인간, 자연과 비자연의 특별한 구분 없이 헤르메틱적 관념과 개념에 접근하여, 다양하게 흩어져 있는 감각과 경계의 결합을 횡단한다. 전시명 ‘메신저의 신비한 결속’은 파스칼 키냐르(Pascal Quignard)의 소설 『신비한 결속』에서 가져온다. 우리를 둘러싼 미지의 영역을 향해 서사를 전개하는 키냐르의 소설은 보이지 않지만, 신비한 충만함으로 감각될 이번 전시의 주제에 겹쳐진다. 감각적 경험과 의식의 연대로 뒤얽힌 망은 지금 여기, 하나로 결속한다.
ⓒ 조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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