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BI REPORT: The Fairy Mobility Bankruptcy Inquiry Report

〈The FBI Report: The Fairy Mobility Bankruptcy Inquiry Report〉(2024)는 2023년 이빈소연이 설립한 가상의 회사 ‘페어리 모빌리티’(Fairy Mobility)의 부도 과정을 쫓는다: ‘여성의 이동성과 영역 확장’이라는 거룩한 목표를 위하여 호기롭게 출범한 회사는 올해 봄, 기존 투자자들의 결속력 향상과 새로운 투자자 영입을 목적으로 최고의 페어리를 뽑는 서바이벌 프로그램 “하이 점프 페어리 퀸”을 기획한다. 그러나 역으로 그간 얼렁뚱땅 방만하게 회사를 운영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폭로되고 경쟁에 과열된 여성들간 혈투—일명 ‘캣파이트 대폭발 소동’까지 벌어지면서 회사의 모토인 여성의 우정과 연대는 만만한 놀림거리가 된다! 정신적•물질적 피해를 호소하는 페어리들, 와해되기 일보 직전인 페어리 모빌리티. 오명을 얻은 여성들은 이 상황을 타개하고 낙원으로 향할 수 있을까? 머리카락 풀풀 날리는 와일드 하드극 개봉박두-☆ - 글.이보름

재료 및 기법: 페어리 모빌리티 본사(3.3㎡); 약속과 거짓의 증거 7개; 후광이 살짝 비치는 두 갈래로 땋은 은회색 머리카락, 페어리 트룹스의 남근선망버섯 컷팅용 구리 가위, 허술하게 보관된 투자자들의 머리카락 샘플, 회원 등급별 핀버튼, 침착한 미소의 사내 홍보 모델 등신대, 녹색 빛이 점멸하는 라이트 패널, 검정 노끈으로 묶인 부도 조사 보고서


《의향서 𝙻𝚎𝚝𝚝𝚎𝚛 𝚘𝚏 𝙸𝚗𝚝𝚎𝚗𝚝 : 이빈소연 𝙻𝚎𝚎𝚋𝚒𝚗𝚜𝚘𝚢𝚎𝚘𝚗》
2024.11.04-11.30  | 월-토 10시-20시
⋆⁺₊⋆ 11월 08일 사기피해자 모집 간담회 18:30~19:30
🚪10의 n승 세운상가
서울특별시 종로구 청계천로 159 세운전자상가 4층 4특004
🗝️협력: ㅋㅋㄹㅋㄷㅋ







“의향서 Letter of Intent”는 2024년 한 해 동안 큐레이터 이보름이 동료 작가와 진행하는 릴레이 전시 프로젝트입니다. 프로젝트는 전시 만들기의 중요한 요소로 ‘공모적 우정’을 꼽고 ‘선물(gift)로서의 큐레토리얼’을 실험합니다. 우정이 작업의 원동력이자 연료가 될 수 있을까요?

큐레이터의 편지를 수신한 작가들은 자신의 작업실, 컴퓨터 혹은 창고에 잠들어 있는 작품을 흔들어 깨웁니다. 세로로 긴 윈도우 갤러리 형태의 전시장에서 누군가 일시적으로 점유하다가 떠나면 그 자리를 다른 누군가 이어받아 지속하는, 그렇게 희미하게 이어진 우리의 모습을 상상합니다.

‘의향서 Letter of Intent’는 부동산이나 투자 분야에서 주로 사용되는 단어로 본격적인 계약을 맺기 전 참여 의사를 밝히는 용도로 쓰인다고 합니다. 단어를 풀어 보면 ‘마음과 뜻이 향하는 문서’이지만, 서류(書)와 편지(letter)의 낙차는 기획자와 작가의 관계를 말랑말랑한 우정으로 축약하지 않고 둘 사이의 절대적 거리와 팽팽한 긴장 관계를 지시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이 관계를 우정이라고 부르고 함께하기를 선택한다면, 우리는 어떤 우정의 모양새를 그리며 서로에게 무엇이 되어야 할까요?

저만의 체력과 속도로 작가님들과 함께 천천히 질문의 답을 찾아가고자 합니다. 부지런히 작가의 뒤를 쫓으며 가까워졌다가 멀어지길 반복하며 거리두기를 연습하고, 내가 그를 앞서 이해하고 해석할 수 있다는 착각에 빠지지 않으면서, 그의 이야기를 담을 수 있는 새로운 그물코를 짜려고 노력해요. 무엇보다 이런 노력이 너와 나 모두에게 선물이 될 수 있을지 실험합니다. _ 글. 이보름 《전시 의향서 Letter of Intent》 기획자